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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작업물 | 쥬토오토 - 오해

 구름 한 점 없이 밝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쥬토는 이른 아침부터 요코하마서 조직범죄대책부에 있는 제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잔뜩 샇여있는 파일 중 맨 위에 있는 파일을 펼쳐 서류의 맨 윗 줄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 ···하? "
 
 쥬토는 두 눈을 의심했다. 인사 보고서에 써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 연인, 에나가 오토하의 이름이 써져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름이 써져 있는 것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었겠지만, 발령지는 신주쿠에다 신청자가 오토하 본인이었기 때문에 쥬토의 머리가 생각으로 가득 차기 충분했다. 쥬토는 멍하니 인사 보고서를 바라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손에 들고는 옥상으로 올라가 담뱃갑을 열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곤 손으로 바람을 막고서 다른 한 손으론 라이터의 불을 켜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후—.
 
 쥬토는 담배를 입에 물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검지와 중지 사이로 담배를 잡고서 입에서 떼어내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내가 무언갈 잘못했나. 최근에 너무 괴롭혔나?  그러고 보니 저번에 벨소리가 마천랑의 곡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신주쿠가 좋아진 건가? 요코하마가 좋다고 했으면서···. ······설마 내가 질렸나. 아니, 그럴 리가. 그럴 리··· 아니, 그럴 가능성도 있잖아. ···젠장. 쥬토는 반도 피우지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불을 끄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사무실로 내려갔다.
 
 그 뒤에 일은 뻔했다. 오늘의 일정인 외근을 나가서도 머릿속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도 이루마 쥬토 본인답지 않은데, 머릿속은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떠나가질 않아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어려웠다. 엉망징창으로 일하는 바람에 상사에게도 거하게 혼나고, 미운털까지 박혔지만 그것보다 제 연인인 오토하가 제게 질린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큰 충격으로 느껴져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쥬토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서에 돌아오더니 아침에 본 인사 보고서를 늦은 오후가 된 이제야 요청을 반려처리 하고서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토하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 둘 발걸음을 옮길수록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진정해. 이런 건 나답지 않잖아. 화내지 말고, 진정해서···.
 
 " 오토··· 아니, 에나가 씨. "
 " 네? "
 " 인사 보고서를 봤습니다만, 신주쿠로 돌아갈 생각인가요? 뭐가 불만이길래? 아니, 그전에 직장에 불만이 있는 건지,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일은 적어도 직장 상사인 저랑 대화하고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저질렀다. 쥬토는 말하다 보니 진정은커녕 동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본인과 오토하에게 시선을 흘기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버럭 화를 내버렸다. 평소에 인상 좋은 얼굴은 어디 가고 미간을 찌풀인 채 제게 화를 내는 쥬토에 오토하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으면서도 평소와 달리 생기가 돌지 않는 쥬토의 눈을 응시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쥬토의 보드라운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서는 고개를 살짝 끌어내려 저와 이마를 맞대게 하고 작은 목소리로 쥬토에게 속삭였다.
 
 " 진정해. "
 
 이마를 맞대 가까운 시선과 그윽하게 저를 바라보는 오토하의 눈빛에 쥬토의 흥분은 점차 진정되는 것 같아 보였다. 씩씩거리며 들썩이던 어깨가 사그라들고, 금방이라도 눈가를 적시며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을 흘릴 것 같은 눈도 느릿하게 끔뻑이더니 살며시 감고서 심호흡을 하는 쥬토에 오토하는 쥬토가 조금 더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그의 눈가를 제 엄지로 살살 쓸어주었다. 그렇게 3분 즈음 지났을까, 쥬토가 눈을 떠 오토하와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오토하는 쥬토의 손을 살며시 잡고 사무실을 나와 인적이 드문 비상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소를 옮기는데 대화 한 마디는커녕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고, 쥬토와 오토하가 신은 구두가 바닥과 부딪혀 들리는 소음뿐만이 두 사람의 귓가에 맴돌았다. 평소에는 사무실과 비상계단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졌지만 오늘따라 멀게 느껴졌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데 맞잡은 쥬토의 손이 오늘 아침부터 늦은 오후가 된 지금까지 불안함이 쌓이고,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서 그런지 잘게 떨려오는 것이 오토하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토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잘게 떨려오는 쥬토의 손을 조금 아플 정도로 꽉 잡아주었다. 그러곤 제 앞에 있는 비상계단 문의 문고리를 반대편 손으로 잡아 돌려 열었고, 안으로 들어가며 쥬토를 끌어 제 옆으로 오게 하더니 천천히 문을 닫았다.
 
 탕—.
 
 이 공간, 비상계단의 안은 쥬토와 오토하 둘 뿐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진정한 것 같아 보이던 쥬토는 오토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숨을 크게 내쉬더니 방금 보다 더 미간을 구긴 채 차가운 눈빛과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오토하를 바라보며 맞잡은 손을 뿌리치고는 홀로 팔짱을 끼고서 입을 열었다.
 
 " 대답부터 하시지, 여기는 왜 데려오셨어요? 아, 이제 요코하마보다 신주쿠가 좋은데, 요코하마의 서라서 말하기 눈치 보였나요? ···하하, 눈치도 볼 줄 아는 사람이 나한테는 왜 이렇게 직설적인지. 직장 상사를 떠나서 연인사이면 더욱 눈치를 보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불만이 있으면 본인한테 직접 말해야지 일자리를 이용해서 말하면 어떡해! 오늘 하루종일 신경 쓰여서 아무것도 못 한 건 알고 있어?! 하아···. 이것만 알려주세요. 제가 당신을 괴롭혀서 싫은 건가요? 아니면 이제 제가 질린 건가요? 이것도 아니라면···. ······제가 당신을 못 지켜줘서 실망한 건가요? "
 
 평소답지 않았다. 오토하는 쥬토가 제게 이렇게까지 화내는 건 처음이었기에 놀라 조금 벙쩌있었지만 제 앞에서 말을 마치고 씩씩거리는 쥬토의 얼굴을 바라보니 화는 잔뜩 났지만 제 말 한마디에 금방이라도 어린아이처럼 엉엉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쥬토, 발령 요청서 안 읽었지? "
 
 쥬토와 정 반대로 단호한 표정을 하고서 말을 꺼낸 오토하의 목소리는 쥬토에게 전해지지 않았는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쥬토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시선을 내려 오토하의 구두 끝만 바라보고 있었고, 머릿속은 점차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마약 투여용 주삿바늘, 초점 잃은 눈과 힘없이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있는 오토하. "그" 사건의 인질이자 피해자인 오토하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그녀의 연인인 쥬토였다. 오토하를 발견하자마자 쥬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토하에게 달려가 그녀를 제 품 안에 끌어안았다. 평소라면 따듯하던 그녀의 몸이 이번엔 마치 죽은 사람처럼 따듯하지 않다 못해 차가웠다. 쥬토의 두 눈에선 방울방울 눈물이 흘러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두 팔로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쥬토는 그날, 그녀를 제 품 안에 끌어안고서 알아차렸다. 오토하, 내 연인은 너무나 작고 여린 생명이라는 것을. 내가 지켜주지 못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을 떠나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다는 것이······.
 
 " 이루마 쥬토—! 나 네 앞에 있으니까 내 말 좀 들어! "
 
쥬토의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오토하 그녀였다. 오토하는 쥬토의 양 어깨를 붙잡고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고, 쥬토는 그제야 고개를 살짝 들어 굳건하게 저를 바라보고 있던 오토하와 눈을 마주쳤다.

 ······.

 아아···.

 그때와 정 반대로 생기가 돌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제 어깨가 아플 정도로 힘을 주어 잡고 있는 두 손에 의해 옷가지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따듯한 온기. 이루마 쥬토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작고, 활기차고, 소중한 내 연인, 에나가 오토하라는 것을.
 
 " 잘 들어. 그때 나를 구해준 건 쥬토 너잖아. 안 싫어해. 안 질렸어. 쥬토 네게 시달리느라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이 피곤함조차 좋아. 쥬토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잘생겨서 좋아. 안 줄여도 좋아할 거지만 담배만 좀 줄이면 더욱더 좋아해 줄 수 있어. "
 
 제 어깨를 잡던 손을 올려 제 목에 두 팔을 두르고는 본인 쪽으로 끌어당겨 이마를 맞대더니 시선을 마주치고 조곤조곤 말을 꺼내는 오토하에 쥬토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오토하는 말을 마치더니 살짝 고개를 숙여 쥬토의 입술에 제 입술을 느릿하게 맞추었다 떼어내더니 한 손을 올려 쥬토의 뒷머리를 느릿하게 쓰다듬어주며 말을 꺼냈다.
 
 " 장기 파견이라 일처리 복잡해져서 발령으로 간 거고, 일 끝나면 바로 돌아올 거야. 전에 나 납치한 새끼들 쫓던 팀 기억나지? 그 팀이랑 협력이니까 걱정하지 마. ··· 있잖아, 나는 신주쿠보다 쥬토 네가 있는 요코하마, MTC가 훨씬 더 좋아. 무척 좋아. "
 " ···그럼 전에 제가 들은 오토하의 벨소리는 왜 우리 MTC의 곡이 아니었죠? "
 " 아, 그거? 내가 벨소리만 들어도 누구한테 온 연락인지 구분하기 편하게 디비전 사람별로 본인 디비전 곡으로 저장해 둔 건데, 너랑 있을 때는 요코하마 연락이 전부 쥬토 너한테 오잖아. 그러니까 쥬토 네가 요코하마 벨소리를 들을 일이 없는 거지. "
 " 아아···. 그렇군요. "
 " ···쥬토, 아직 화났어? "
 " 글쎄요. "
 " 글쎄는 무슨. 화났으면서. 나 보고 풀어, 응? "
 
 오토하는 쥬토의 뒷머리를 계속해서 살살 쓸어주며 쥬토의 뺨에 쪽, 쪽 소리가 나게 입술을 맞추더니 쥬토에게 제 소지를 내밀며 다시 말을 꺼냈다.
 
 " 3개월 안에 일 끝내고 복귀하기로 약속할게. 약속. "
 " ···네, 네. 약속입니다. 안 지키면 그 즉시 제가 신주쿠로 가서 연행해 올 테니 그렇게 아세요. "
 
 쥬토는 제게 소지를 내밀며 미소를 짓고 있는 오토하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그만 피식 웃음을 터트렸고, 저도 소지를 내밀어 오토하의 소지에 제 소지를 걸어 살살 흔들었다.
 
 " 그나저나 쥬토~. 내가 떠날까 봐 무서웠어? 쥬토는 겁쟁이네~. "
 " ···. "
 
 쥬토는 살살 흔들던 손을 멈추고 조용히 오토하를 응시하더니 걸고 있던 소지를 풀어내고는 오토하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잡아 머리 위로 올리고, 오토하를 벽으로 약하게 밀쳐 등을 벽에 기대게 하더니 고개를 숙여 오토하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었다. 순식간에 바뀐 시선과 쥬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오토하는 커진 눈으로 쥬토를 바라보았고, 쥬토는 눈웃음을 짓더니 눈을 감고서 오토하의 윗입술을 깨물었다. 변태. 오토하의 뺨은 금세 상기되더니 저도 눈을 감고서 쥬토가 바라는 대로 입을 살짝 벌렸다. 오토하가 틈을 만들어주자 쥬토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 혀를 오토하의 입 안으로 밀어 넣어 오토하의 치열을 느릿하게 훑더니 천천히 오토하의 혀에 제 혀를 맞대고는 문지르다 얽어왔다. 쥬토와 하는 키스는 항상 길고 집요했다. 코로 숨 쉬는 것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깊게 얽다 못해 눈치를 줘도 멈추지 않는 쥬토에 키스의 마무리는 항상 오토하가 쥬토의 혀를 꽉 깨물어야 끝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오토하가 쥬토에게 맞춰 혀를 얽다 보면 쥬토는 고개를 살짝 틀어 더욱 깊게 혀를 얽어왔고, 평소에 쥬토와 키스하며 느껴지는 담배의 쓴 맛이 오늘따라 진하게 느껴져 와 오토하는 숨이 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쥬토의 혀를 꽉 깨물었다. 쥬토는 그제야 입을 떼어냈고, 서로의 타액이 진득하게 섞여 둘의 입술 사이에 가늘고 길게 늘어지다 끊어졌다.
 
 " 야—! 너 담배 피웠지! 담배 피우고 1시간 안 지났을 때는 키스하지 말라고 했잖아! "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버럭 화내는 오토하와 달리 쥬토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오토하의 손목을 놓고는 오토하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고서야 말을 꺼냈다.
 
 " 저를 화나게 했으니 나중에 갚으셔야 합니다. "
 " 아—! 진짜 변태야—! "
 " 하하, 이런 저도 좋아하시면서 짓궂은 말씀을 하시네요. 이제 자리로 돌아갈까요? "
 " 하아···. 그래. "
 
 들어올 때와 반대로 이번엔 쥬토가 비상계단 문의 문고리를 잡아 돌렸고, 오토하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지금과 달리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가가 붉게 물들었던 쥬토의 표정은 오토하 그녀 본인만이 알고 있기로 생각했다.